(인천광역시교육청=김용경 시민기자)2025년 5월 29일, 인천 연평도에 위치한 연평중고등학교 운동장에서는 특별한 체육대회가 열렸다. 중,고등학교 전교생 25명이 함께한 이날, 운동장을 가장 밝게 빛낸 이들은 놀랍게도 올해 중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70대 두 할머니였다. 주인공은 올해 처음으로 연평중학교에 입학한 만학도의 길에 들어선 우정례(78세) 학생과 황삼주(76세) 학생이다.

중학생이 된 70대 할머니들, 운동장에 웃음꽃이 피다'- 연평도 체육대회, 두 만학도의 첫 번째 봄날


▲우정례, 황삼주 학생


▲학생들과 교장 교사 단체 사진
연평중고등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통합 운영되는 작은 섬 학교다. 학생 수는 적지만, 학교와 마을이 하나 된 공동체 속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배움의 늦음은 없다'는 말처럼, 두 어르신의 입학이 그 중심에 섰다.
“배움은 나이에 얽매이지 않아요”
2025학년도 연평중학교 1학년 입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소식을 접한 윤석화 교장은 직접 해결에 나섰다. 그는 과일 바구니를 들고 마을 경로당을 찾아 “지금이라도 배우고 싶은 분이 계시냐”고 물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전한 그의 진심 어린 제안은 마을에 잔잔한 울림을 일으켰고, 마침내 두 어르신이 손을 들었다. 글 공부에 대한 갈증을 품고 살아온 우정례 할머니와 황삼주 할머니다.
두 학생은 기존의 생계활동인 밭일과 맨손어업, 노인 일자리를 접고, 교복을 입고 등굣길에 올랐다. 학교는 자유학기제 과정을 통해 시험 부담을 줄이고, 성인 문해 수준에 맞춘 교재로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설렙니다”
“내가 중학생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아침에 눈뜨면 학교 갈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려요.”우정례 학생은 중학교 1학년이 된 것만으로도 매일이 새롭고 설렌다고 말한다.
황삼주 학생은 손녀와 함께 학교를 다닌다. 손녀는 같은 건물에 있는 고등학교 학생이다. “학교에서 손녀 얼굴도 보고, 무거운 가방 들어줄 때면 마음이 찡해요. 손녀도 나를 보며 자극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두 사람은 성격은 다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만큼은 똑같다. 수업 시간에는 누구보다 집중하고, 쉬는 시간에는 젊은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윤석화 교장
체육대회, 모두가 하나 되는 날
체육대회 날, 두 할머니 학생은 응원단의 인기 스타였다. 경기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운동장을 누비며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는 모습에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들도 감동했다.
“우리 1학년 학생들 정말 멋져요. 연세가 있으셔도 끝까지 응원하고 웃으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어요.”
같은 학교 고등학생의 말처럼, 두 분의 존재는 학교 공동체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행사가 끝난 오후, 운동장 한켠에서 우정례 학생은 조용히 말했다.
“이 나이에 친구도 생기고, 책도 배우고, 손녀랑 같은 학교 다니는 게 꿈만 같아요.”
황삼주 학생도 덧붙였다.
“아프지 말고, 꼭 졸업식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에요. 공부란 게 사람 마음을 이렇게 뜨겁게 만들 줄은 몰랐어요.”

▲줄다리기에 참여한 두학생
“건강하게 3년을 다 마쳤으면…”
담임교사는 “두 분 모두 건강이 걱정이지만, 수업 참여도와 태도는 누구보다 훌륭하다”며 “지금처럼만 건강하시면 충분히 졸업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화 교장은 “학교는 마을과 함께 살아야 한다”며 “이 두 분이 무사히 졸업하실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평유·초·중·고를 총괄하는 윤 교장은,학교가 마을 전체의 평생학습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실제로 연평학교는 사물놀이, 난타, 우리춤 등 마을 동호회와 연계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체육대회 이모조모
붉게 물든 연평도의 하늘 아래, 두 만학도의 첫 번째 봄이 그렇게 깊어지고 있었다.
nara57@hanmail.net